성경 문학 기법: 동의적 평행법(Synonymous Parallelism)
들어가는 말: 성경은 왜 비슷한 말을 반복할까?
성경을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똑같은 말, 또 하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반복하지?”
특히 시편, 욥기, 잠언처럼 시적인 부분에서는 이런 반복이 매우 눈에 띕니다.
하지만 이 반복은 단순한 장황함이 아닙니다.
바로 히브리 문학의 대표적 기법인 동의적 평행법(Synonymous Parallelism) 때문입니다.
이 기법을 이해하면,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깊이를 훨씬 더 풍성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1. 동의적 평행법이란 무엇인가?
동의적 평행법은,
비슷한 뜻을 가진 문장을 서로 다른 말로 이어붙여 의미를 강조하는 기법입니다.
쉽게 말하면, 같은 그림을 다른 색으로 한 번 더 그려서 보는 사람에게 더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볼게요.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녀는 별처럼 빛났다.”
‘아름답다’와 ‘빛났다’는 말은 다르지만, 둘 다 같은 '그녀'에 대한 감탄을 표현합니다.
이렇게 비슷한 내용을 다른 말로 거듭 표현함으로써, 감동을 증폭시키는 것이 동의적 평행법의 목적입니다.
2. 성경에서 동의적 평행법: 욥기 38:7
이제 실제 성경 구절을 살펴봅시다.
그 때에 새벽별들이 함께 노래하며 하나님의 아들들이 다 기뻐 소리쳤었느니라.” (욥기 38:7)
7절을 보면,
- 새벽별들이 노래한다
- 하나님의 아들들이 기뻐 소리친다
두 표현이 나란히 등장합니다.
새벽별과 하나님의 아들들은 서로 다른 단어지만, 두 표현은 모두 한 대상을(천사들)를 가리킵니다.
노래한다와 기뻐 소리친다 역시 표현은 다르지만 같거나 유사한 행위를 묘사합니다.
즉, 같은 사건을 두 번, 다른 표현으로 묘사하여 창조의 장엄함과 환희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전형적인 동의적 평행법입니다.
3. 동의적 평행법을 쉽게 이해하는 비유 두 가지
비유 1: 사진 필터 효과
한 장의 사진을 기본 필터로 보면 깨끗하게 잘 나옵니다.
그런데 약간 다른 필터를 한 번 더 적용하면, 같은 사진인데 느낌이 훨씬 강렬해집니다.
동의적 평행법은 마치 같은 메시지를 다른 색감, 다른 조명으로 덧입혀
독자가 하나의 진리를 더욱 풍성하게 “느끼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비유 2: 영화 예고편
영화 예고편을 보면, 같은 장면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기도 합니다.
- 주인공이 슬픈 표정을 짓는다.
- 뒤이어 카메라가 주변 풍경(쓸쓸한 가을거리)을 비춘다.
두 장면은 다른 것 같지만 같은 감정을 전달합니다.
주인공의 슬픔을 말로만 설명하는 대신,
한 번은 얼굴로, 또 한 번은 배경으로 풀어냅니다.
동의적 평행법도 이와 같습니다.
같은 진리를 다른 각도(표현)으로 한 번 더 보여주어, 독자 안에 감정과 이해를 깊게 심어줍니다.
4. 동의적 평행법이 주는 신학적 의미
히브리 시인들은 이 평행법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경외, 창조의 신비, 구원의 감격 같은 주제를 더욱 입체적으로 전달했습니다.
특히 욥기 38장에서 동의적 평행법을 사용한 것은,
창조의 웅장함과 천상의 환희를
더욱 강조하려는 의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마무리: 성경도 반복된 표현이 많다?
성경의 반복은 단순한 되풀이가 아닙니다.
동일한 진리를 다른 각도로 비추어,
우리 마음에 더욱 깊이 새기기 위한 하나님의 방법입니다.
다음에 시편이나 욥기를 읽을 때,
비슷한 문장이 반복된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아, 하나님께서 이 진리를 내 마음에 한 번 더 깊이 심으시려는구나.”
그때 성경은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올 것입니다.